작품 내용
1327년. 이탈리아에 있는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그림 그리는 수사 아델 모가 시체로 발견된다. 이 수도원에는 당시 청빈을 주장하는 프란시스코 수도회와 그를 반박하는 교황청 및 다른 교단들의 반목을 해결하기 위해 각 교단이 모여 토론이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. 여기에 프란시스코 수사인 윌리엄이 제자 아조를 데리고 이곳에 들른다.
뛰어난 두뇌의 소유자 윌리엄이 수도원이 심상치 않음을 간파하자 수도원장은 윌리엄에게 이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다. 그러던 중 그리스어 번역사가 다시 살해되고 요한 계시록의 예언대로 죽음을 맞자 수도원 전체는 악마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공포에 사로잡힌다.
윌리엄은 암호가 적인 양피지를 발견, 사서를 제외하고 아무도 못 들어간다는 도서관에 비밀의 열쇠가 있다고 판단, 잠입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. 한편 윌리엄은 죽은 수사마다 혀와 손가락 끝에 검은 잉크 자국이 배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. 그러던 중 이단 심문에서 유죄로 선고된 두 수도승과 마녀로 선고된 마을 처녀가 묶여 화형을 당하게 된다.
한편 윌리엄은 세베리노에게 모든 사건에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둘째권이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책을 찾으러 가던 중 세베리노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아사드의 흘러가는 말속에서 <비밀통로>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되고 이 비밀 통로에서 헤르헤신부 노인과 만나게 되고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.
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의 둘째권을 윌리엄에게 보여준 이유를 알게 되는데, 이 시책을 윌리엄에게 주려하지 않으려 결국 말다툼을 하다가 헤르 헤신 노인은 도망을 가게 되고 결국 불에 타 죽게 된다.
이 상황에서 마녀 처형을 당할 뻔했던 윌리엄의 연인은 극적으로 살아남게 되고, 결국 윌리엄과 만나게 되어 둘은 다시 사랑을 나누게 된다.
2. 감상평 - 왜 장미의 이름인가?
장미의 이름이라는 제목은 왠지 처음 들을 때부터 뭔가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품어낸다. ‘장미’라는 꽃이 가지고 있는 향기로움과 ‘이름’이라는 단어가 생각게 하는 존재감...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난 지금도 장미의 이름이라는 제목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.
“장미는 우리의 모습이며 세상의 모습이다.”
“지나간 날의 장미는 한낱 이름이고 우리에게는 이 이름만이 남아있다.”
이 영화는 장미의 이름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지만 영화 안에서 장미는 그다지 많이 거론되지 않는다. 다만 마지막쯤에 아소의 입을 통해 한번 언급이 될 뿐이다. 그렇지만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나서 저 대사를 들었을 때 장미의 이름이 무얼 말하는지 조금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.
장미는 화려하고 향기롭다. 장미는 남성들이 여성에게 선물할 때 가장 대표되는 아름다운 꽃으로 그 아름다움 속에 날카로운 가시를 품고 있다. 그리고 한번 시들어버리면 그 향기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영원하지 않은 존재이다.
영화에서 말하는 장미 역시 이런 장미의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.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중세시대는 기독교가 진리이던 시대이다. 호르헤 신부가 기독교 교리에 조금이라도 위배되는 책들은 비밀장소에 숨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, 한번 이단으로 몰리면 화형을 당하던 시대상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하느님은 절대적인 존재였고 우리 삶의 존재 이유였다. 그런 면에서 볼 때 기독교적인 진리와 기독교의 권위,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주신 우리의 운명.. 이런 것들을 이 영화에서는 화려한 장미에 빗대어 이야기한다. 그러나 이 장미가 시들고 난 후에는 단지 이름만 남게 되고 그 화려했던 모습들은 없어진다.
지난주에 나는 프라하의 봄이라는 작품을 보았다. 두 영화의 색채나 느낌은 매우 다르다. 그렇지만 프라하의 봄을 보고 나서 이 작품을 봤기 때문인지 오히려 깊어지는 느낌이 있다. 바로 삶, 존재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.
물론 장미의 이름은 한 개인의 삶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. 어찌 보면 이 작품은 역사극이고 철학적인 이야기이다. 그렇지만 문득 나는 이 장미라는 이미지가 단순히 기독교, 역사, 철학적 이야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. 내가 믿어 의심치 않고 나의 존재 의미라고 생각하는 그런 장미가 후에 어느 날 “지나간 날의 장미가 되어 한낱 이름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?”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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